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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경영 칼럼] 1등 원하면 베트남 지압 장군의 3不을 배워라

비나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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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 원하는 시간·장소·방법 피해
강대국 프랑스와 미국 군대 격파

 

자신만의 방법으로 승부한 애플
공룡 IBM 누르고 1위에 올라

 

 

1950년대 베트남은 프랑스 식민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한 독립 항쟁이 한참 격화되고 있었다. 베트민(Viet Minh·베트남독립동맹)은 험준한 산악의 지형적 이점을 활용해 북쪽 국경지대부터 남쪽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었고, 프랑스는 베트민군을 척결하기 위해 북서부에 있는 디엔비엔푸를 1953년 말 점령했다. 디엔비엔푸는 라오스와 중국으로 통하는 보급로가 만나는 베트민의 숨통이었다.

 

프랑스는 이곳을 점령하면 게릴라전을 펴는 베트민이 반드시 대규모로 반격해 올 것이라고 판단했다. 디엔비엔푸는 200m 높이의 산들이 지름 3㎞의 작은 분지를 사방으로 둘러싼 천혜의 요새로, 베트민의 대공세를 효과적으로 격퇴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프랑스 공수부대는 분지 주변의 산등성이에 동서남북으로 포병대를 배치하고, 3개 사단 1만5000명의 정예 병력을 집결해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요새를 만들었다. 서방 언론은 이곳을 가리켜 '세계 제일의 걸작품'이라고 치켜세웠고, '인도차이나에서의 승리가 눈앞에 다가온 것으로 보인다'며 프랑스의 승리를 예상했다.

 

1954년 3월 13일, 예상대로 베트민군이 디엔비엔푸를 공격해왔다. 하지만 막상 전투가 시작되자 프랑스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됐다. 수만 명의 베트민 군대가 가공할 화력으로 공격했고, 동쪽 요새가 하룻밤 새 점령당하면서 프랑스군은 순식간에 고립당했다. 베트민은 그때부터 프랑스군을 말려 죽이는 작전으로 갔다. 베트민의 방공 포화에 항공 보급선마저 끊기자, 프랑스는 55일 만에 항복했다. 이 전투의 패배로 프랑스는 결국 베트남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 전투를 지휘한 사람이 올해 100세가 된 살아있는 전쟁 영웅 보 구엔 지압(Vo Nguyen Giap·武元甲) 장군이다. 그는 프랑스군의 허를 찌르기 위해 최신 무기가 있어도 평상시에는 사용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정찰을 피해 주로 밤에 무기와 병력을 이동시켰고, 디엔비엔푸에서는 땅굴을 파서 산등성이 바로 아래에다 수만 명의 병사를 주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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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의 전쟁영웅 보 구엔 지압 장군

 

지압 장군은 프랑스뿐만 아니라 미국과 의 전쟁에서도 승리를 일궈냈고, 1979년 베트남을 침공한 중국을 격퇴할 때도 국방부장관으로 전투를 지휘했다. 이런 그를 나폴레옹보다 위대한 장군으로 평가하는 역사학자도 적지 않다. 나폴레옹이 주로 비슷한 나라와 싸워 이긴 반면, 지압 장군은 보잘것없는 국력으로 세계 최강대국을 잇달아 물리쳤기 때문이다.

 

강대국을 격파한 비결을 묻는 서방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적이 원하는 시간에 싸우지 않았고, 적이 좋아하는 장소에서 싸우지 않았으며, 적이 생각하는 방법으로 싸우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이것이 바로 '3불(不) 전략'이다.

 

그는 미군이 낮에 싸우기를 원하면 밤에 공격했고, 평지에서 싸우려고 하면 정글로 유인했고, 우월한 화력을 앞세워 전면전을 꾀하면 게릴라전으로 기습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다르게 싸우라"는 것이다. 지압은 또 "반드시 이긴다"는 믿음도 강조했다. 베트남 사람들은 미국과 전쟁을 치르면서 한 번도 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미군을 쫓아내리라 굳게 믿었다. 그들은 미군이 본격적으로 전쟁에 뛰어든 1965년에 이미 2000년까지 무려 35년간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 다르게 싸우고 이긴다는 믿음을 갖는다"는 이 두 가지 특징은 기업이 강력한 경쟁회사를 이기거나 선두업체를 추월한 전략에서도 공통으로 발견된다. 강한 상대를 이기려면 남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 똑같은 방법으로 2등은 될 수 있을지언정 절대로 1등을 넘어설 수는 없다. 또 반드시 이긴다는 믿음이 없으면 남다른 방법을 구사할 수 없다. '우리 주제에 어떻게 이런 방법을 쓸 수 있겠어''이건 글로벌기업에서나 할 수 있는 거야'라는 생각은 전략적 선택의 폭을 좁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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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을 창업할 때 스티브 잡스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으면서도 세상을 바꿀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이런 확신이 있었기에 당시 벤처기업이었던 애플이 공룡기업인 IBM에 기죽지 않고 독특한 PC를 내놓을 수 있었다. 이후에도 업계의 룰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 이 결과가 바로 아이팟과 아이폰이다.

 

한국 기업은 전에 없는 경쟁 환경에 직면해 있다. 스마트폰이 휴대폰 산업에 지각 변동을 일으킨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게임의 룰이 순식간에 뒤바뀌는 일이 벌어진다. 차곡차곡 쌓아 왔던 시장 지위가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 과거에는 선진기업을 좇아서 이만큼 성장했지만, 앞으로는 불가능하다. 변화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더는 선진기업과 같은 방식으로 경쟁한다고 해도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 앞으로는 다르게 싸워야 한다. 독특한 자기 것을 만들어야 한다. 지압 장군의 3불 전략이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다.

 

게릴라전을 펼치는 지압에게 미국의 장군들이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아직도 땅굴을 파고 있는가"라고 비아냥거렸다. 이에 대한 지압의 대답이 우리 기업에 절실한 때다. "전략이란 당신들은 못하고 우리만 하는 방법으로 싸우는 것이다. 그러니 당신들은 당신들 식으로 싸워라. 우리는 우리 식으로 싸우겠다."

 

 

조선비즈닷컴 : 2010.12.2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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