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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히든카드] 사이판·중남미 거쳐 베트남에 '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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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카드] [3] '패션 유목민' 한세실업

 

사이판은 美시장 쿼터 많았고 중남미, 美서 가까운 생산기지 베트남은 인건비가 가장 싸

작년 베트남서 4억달러 수출 온라인쇼핑몰 사업도 급성장 "한군데 머물렀으면 망했을 것"

 

"한때 '사양산업'이라 했죠. 그냥 그 자리에 있었다면 지금쯤 사라졌을 테지만 우리는 유목민처럼 세계를 떠돌면서 의류 제조업 세계 최강의 자리를 지켜냈습니다."

 

한세실업 베트남법인장 김철호(49) 이사는 '패션 유목민'이다. 그는 1980년대 중반 한국 의류제조업체들의 첫 해외 생산기지라 할 사이판을 거쳐 1998년 중미의 니카라과 공장으로 갔고, 2010년 초에는 다시 베트남에 부임했다. 사이판은 미국 수출 쿼터가, 중남미는 미국이라는 최대 시장이 있었고, 베트남은 인건비가 쌌다.

 

김 이사는 "가격·품질·납기가 3대 요소인 의류제조업에 가장 적합한 사람들은 적응력이 빠른 한국인"이라며 "만약 아프리카까지 가야 한다면 역시 한국인이 가장 먼저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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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 호찌민시에 있는 한세실업 베트남법인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옷을 만들고 있다. 이곳에서 지난해 3억8000만달러어치 옷을 생산해 수출했다.

 

◆불모지 베트남에서 의류 제조업을 1위 산업으로 만들어

 

지난 12월 27일 베트남 호찌민시 구찌산업공단 내 한세실업 베트남 법인. 30만㎡(약 9만평)의 광활한 부지에 의류 제조 공장이 12개나 들어서 있었다. 현지 근로자만 9000명. 이른 아침 출근 오토바이 행렬이 무슨 벌떼 같았다. 이곳에서 10분 떨어진 짱방 지역에 있는 또 하나의 법인까지 합치면 1만2000명의 베트남 근로자들이 한세실업에서 일한다. 지난해 이들이 생산해 수출한 옷은 3억8000만달러어치.

 

의류산업은 베트남의 2009년 총 수출액 566억달러 중 90억달러를 차지하는 수출 1위 산업이다. 그러나 2000년까지만 해도 베트남은 원부자재 산업이 전무한 의류 제조업의 불모지였다. 베트남에 대형 공장을 처음 짓고 들어온 의류 제조업체가 한세였다.

 

베트남 진출 초기 법인장을 맡았던 한세실업 김상률 기획팀장은 "2001년 허허벌판에서 공장을 착공할 때 어느 누구도 한세베트남과 베트남 의류업이 이 정도로 성공할 것이라 예상치 못했다"며 "원유와 커피 등에 불과했던 베트남의 수출품 1위 목록을 의류로 갈아치운 데에 우리가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속도·가격에 상상력까지 보태 세계 최강 만들어

 

한세실업의 공장은 베트남에만 있지 않다. 지난해 인도네시아·니카라과·과테말라 등 전 세계 한세실업 공장에서 올린 수출 실적은 8억달러. 주로 미국시장에 나이키, 갭(GAP), 폴로, 콜스(Kohl's) 등의 브랜드를 달고 팔려 나갔다. 양으로 따지면 약 2억장으로, 미국 인구 수에 육박한다.

 

한세실업의 힘은 생산능력뿐 아니라 서울 본사와 미국 뉴욕 디자인센터(Hansae Lab Office)에 근무하는 50여명의 디자이너로부터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올해 미국의 유명 유통체인인 타깃(Target)의 최고 히트 상품인 구슬(bead)로 눈꽃 모양 장식을 한 라운드 티. '싸구려' 라운드 티에 눈꽃을 붙인다는 한세실업 디자이너들의 상상력은 높은 납품단가, 많은 양의 주문이라는 보답을 받았다.

 

김철호 이사는 "세계의 패션 브랜드 바이어들이 원하는 시제품(sample)을 만드는 능력이나 속도, 창의성에서 한국 의류업체가 가장 앞선다"고 말했다.

 

' 봉제업'이라는 말에 스며 있는 선입견과 달리 부가가치도 높다. 한세실업은 2009년 8215억원 매출에 892억원의 영업이익을 남겨, 10%가 넘는 이익률을 기록했다. 대졸 신입 사원 연봉도 4000만원에 달한다. 한세 베트남법인 김세한 행정총괄은 "섬유가 우리나라 대표산업일 때 몰려들었던 우수 인재들과 똑같은 수준의 대우를 해준다"며 "세계 각지로 퍼져 나갈 이들이 우리의 히든카드들"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닷컴 : 2011.01.0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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