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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식 커피는 가당 연유를 첨가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그 유명세만큼 인정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진하면서도 엄청나게 단맛이 나는 연유는 쓰디쓴 다크로스트 베트남 커피와 궁합이 잘 맞는다. 커피에 연유를 첨가하는 방식을 미심쩍게 생각하는 사람도 베트남에 몇 시간만 지내다 보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베트남식 커피는 우리가 커피에 바라는 모든 것을 충족시켜주며 그 맛에 한 번 빠지면 다른 커피를 찾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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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는 뜨거운 커피든 냉커피든 모든 커피에 연유를 넣는다. 즉 까페 종업원에게 따로 설명하지 않으면 커피잔에 맛있는 연유가 깔려 나온다는 뜻이다. 또한 밀크커피를 주문할 때도 '신선한 우유(fresh milk)'(일반 식당에서는 이렇게 말한다)가 아니라 연유를 넣은 커피가 나온다. 우유를 뺀 커피를 주문할 경우엔 우선 따가운 시선을 감안해야 하고 연유 없이 커피가 나온다고 해도 아마 바닥에 설탕이 잔뜩 깔린 블랙커피다. 베트남 사람들은 베트남 커피가 워낙 강하고 쓰기 때문에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고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이를 미쳤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베트남식 커피에 연유를 첨가하는 건 아니다. 의외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커피는 베트남인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커피 원두를 많이 재배하는 국가가 바로 베트남이다. 19세기 프랑스가 베트남에 커피를 처음 소개했는데 전쟁 이후 베트남 정부가 대량으로 커피 생산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1990년대부터 커피 재배가 확산하면서 이제는 연간 173만 톤의 원두를 수확하고 있다.


베트남에 가면 사람들이 카페 혹은 길거리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아침이고 낮이고 밤이고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카페는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이기도 하다. 


베트남에서는 커피를 1인분씩 끓이는데 작은 컵과 필터 그리고 뚜껑(떨어지는 커피 액을 받는 용도로도 쓰임)으로 구성된 커피추출기 '핀(phin)'을이용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커피를 준비하기 때문에 과정을 음미하면서 커피를 천천히 마시게 된다. 물론 모든 커피가 이런 방식으로 제조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카페에서는 이미 만들어 놓은 커피를 바로 따라 마실 수 있게 준비되어있다. 하지만 베트남 전통 방법으로 만드는 슬로우 드립 커피는 매우 독특한 경험이다. 특히 모든 게 혼란스럽고 빠르게 느껴지는 베트남 도심에선 사람들에게 여유를 선사하고 한숨 돌리게 해주는 필수 요소다.


전통식 '핀'이 작아 보인다면 제대로 본 것이다. 베트남에선 벤티(대형) 용량의 커피는 없다. 커피가 매우 강하기 때문에 많이 마실 필요가 없다는 소리다. 120mL 정도면 충분하다. 슬로우 드립이라는 특성도 한몫하지만 작은 양으로 서빙되기 때문에 좋은 상태의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천천히 음미하며 마셔야 한다.


또한 베트남에서 경험할 수 있는 특별 커피 중에 하나가 '카 페 쫀(ca phe chon)'이다. 이 커피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서식하는 족제비류 사향고양이가 소화한 커피 원두가 주재료다. 당연히 커피 원두는 사향 고양이의 배설물로 나온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이 커피가 인기인데 특별히 맛이 좋은 이유는 사향 고향이가 커피나무에서 가장 맛있는 원두만 골라 먹기 때문이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의하면 "사향 고향이는 그 긴 코로 가장 잘 익고 통통한 열매만 골라낸다"고 한다. 그 결과 맛이 풍부하고 짙으면서도 부드러운 커피가 된다. 그래서 가격도 장난아니게 비싸다. 또한 이코노미스트는 사향 커피 한 잔 당 세계 평균 가격은 30달러(약 3만 3천원)라고 보도한 적이 있다. 그런데 베트남 하노이에서는 30달러가 아니라 약 3달러에 이 특별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일반 베트남 커피에 비하면 고가지만 국제적 가격에 비교하면 아주 저렴한 편이다.


물론 모든 커피가 사향 고양이의 똥으로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베트남에서 자라는 커피 원두 대부분은 아라비카 종에 비해 재배가 편리하고 강한 향을 지닌 로부스타(robusta) 종이다. 베트남은 세계에서 로부스타 원두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다. 베트남 소식통 '베트남 브리핑'에 의하면 로부스타 커피의 대부분이 베트남의 인스턴트커피 혹은 전문 커피음료에 첨가된다고 한다. 


때때로 베트남 커피에는 연유 외에도 계란, 요구르트, 치즈나 버터까지 들어간다. 버터와 치즈! 하노이에 있는 지앙(Giang) 카페는 계란 커피로 유명한데 커피에 계란 노른자와 베트남 커피 가루, 가당 연유, 버터 그리고 치즈가 들어간다. 우선 달걀노른자를 저어 컵에 넣고 나머지 재료를 더하는데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컵은 뜨거운 물에 담가놓는다고 한다.


이 커피가 무리라고 생각된다면 계란 흰자를 휘핑한 것을 커피에 섞은 음료를 시도해보자. 베트남 커피 문화가 아직은 생소한 이에겐 달콤한 머랭 커피로 시작하는 것이 방법일 수 있다. 커피에 계란을 넣는 것에 익숙해졌다면 요구르트를 넣어도 괜찮다. 요구르트를 듬뿍 넣은 냉커피나 뜨거운 커피는 베트남에서 매우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며 생각보다 상당히 맛있다. '포코(Pho Co) 카페'의 옥상에서는 하노이의 유명한 호안끼엠 호수를 내려다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연유를 첨가한 베트남 커피도 맛있지만 카페 '배트나미스 조(Vietnamese Joe)'에 가면 그 외에도 수많은 종류의 커피를 즐길 수 있다.



huffingtonpost : 2014-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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