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의견을 제시합니다.
  • 목록
  • 아래로
  • 위로
  • 검색

비즈 베트남에서 만난 희망의 한국 청년들

비나타임즈™
0 0

청년백수들 신세한탄하는 사이

해외로 뛰쳐나간 젊은이들

"바쁜 청춘은 아플 틈도 없다"

 

2012041822541_2011101333151.jpg 예스24라는 기업이 있다. 국내 1위의 인터넷 서점이다. 이 회사가 2년 전 해외로 나서면서 첫 상륙지로 삼은 곳이 베트남이다. 모기업이 현지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때마침 불어온 한류바람이 큰 도움이 되리라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출발이 녹록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사회주의국가인 탓에 예스24의 핵심역량인 서적 유통은 애초 불가능했고, 돈을 미리 내고 물건을 배송받는 방식에 익숙지 않은 베트남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데 애를 먹어야 했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 출발한 예스24베트남이 과연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호찌민에 위치한 사무실을 찾았다. 일행을 맞은 두 명의 젊은 여직원들이 회사 설명 프레젠테이션을 맡았다. 사업은 순조로워 보였다. 작년만 해도 1000위를 넘나들던 사이트 방문객 순위가 45위로 수직 상승했다. 베트남 B2C 사이트로는 가장 높은 순위다. 내년 손익분기점을 이루고, 2015년까지 한국 예스24보다 더 많은 회원을 확보하겠다는 다짐이 놀라울 뿐이었다.

 

그러나 정작 놀라운 일은 따로 있었다. 이 회사의 한국인 직원이 이 두 사람뿐이라는 점이다. 33세의 반소희 대리가 법인장이고, 27세의 현향숙 팀장은 영업 총괄이다. 이 두 젊은 여성이 40여명의 현지 직원들을 진두지휘하며 베트남 최대의 인터넷 쇼핑몰을 일구고 있는 것이다. 법인장이 자리를 비워 여직원들이 대신 회사 설명을 한다고 착각했던 일행들만 멋쩍어졌다.

 

국내에 머물렀다면 상사들의 틈바구니에서 제 목소리 한번 내지 못할 연조다. 반 대리가 베트남에 나온 것은 대학을 졸업하던 2002년이다. 한 봉제회사의 현지 사무소 설립에 참여하면서 시작한 베트남 생활이 벌써 11년째다. 어린 나이에도 팀장급 업무가 주어지는 해외 근무의 특수성 덕분에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다고 한다. 몸에 밴 자신감부터 국내 동갑내기들과는 상대가 되질 않는다.

 

현 팀장은 해외근무 기회가 돌아오기 무섭게 낚아챈 케이스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직원들을 상대하고 협력업체와 실랑이를 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국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업무량과 책임감도 큰 부담이었다. 그래도 국내에 머물렀다면 일을 이렇게 넓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겠느냐며 즐거워한다.

 

호찌민에서 서북쪽으로 1시간30분. 세계적인 의류 제조업체 한세실업의 구찌공장에는 9500명의 베트남 근로자들이 땀을 흘리고 있다. 나이키 A&F 등을 생산하는 단위공장에 들어서자 수많은 현지 근로자들 사이로 한 한국 여성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정성윤 주임이다. 한세에 입사한 지 5년을 갓 넘긴 젊은이다. 서울 본사 영업부에 근무하다가 해외 현장 근무자를 뽑을 때 손을 번쩍 들었다. 이곳에서의 업무는 생산기획이다. 단위공장의 원부자재 입고에서 출고까지 일련의 과정을 서울 영업부와 공조하며 관리하는 일이다. 공장 내 기숙사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1000명에 가까운 단위공장 근로자들을 관리하며 스스로 상황 판단을 해야 하는 쉽지 않은 자리다.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돌아온 것은 현장을 알게 돼 좋을 뿐이라는 답이었다. 우리 기업의 해외 현장을 움직이는 주역들이다.

 

젊은이들의 패기가 사라진다고 걱정이다. 거리는 대기업 취업의 덫에 걸려 젊음을 허송세월하는 청년백수들로 넘쳐난다. 그들을 현혹하는 정치인들의 사탕발림은 여전하고, 멘토를 자처하는 몇몇 어른들은 청년들에게 헛바람이나 불어넣고 있다. 비겁한 청춘은 자신들이 망가지는지도 모르고 광장 한 구석에 숨어 투정이나 부리고 있고.

 

하지만 이들이 신세한탄이나 하고 있을 때, 해외로 뛰쳐 나가고 창업 전선에 뛰어드는 젊은이들도 적지 않다. 고생을 사서 하고, 위험을 감수해가며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가는 청년들이다. “해외에서 5년만 ‘빡세게’ 굴러보면 세상이 보일 것”이라는 선배들의 조언을 실천에 옮기고 있는 이들이다.

 

“인생에 세 번의 기회가 찾아온다지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요.” 반 대리의 당찬 목소리다. 베트남에서 만난 우리의 희망 청년들이다. 청춘이니까 아프다는데, 이들에겐 아플 틈도 없다. 반 대리, 현 팀장, 정 주임, 모두 파이팅이닷!

 

 

 

 

 

 

한국경제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 2012-04-18

 

 

 

★★★★★★★★★★
공유스크랩

댓글은 회원만 열람할 수 있습니다.


로그인 회원가입
data-matched-content-rows-num="2,1" data-matched-content-columns-num="2,4" data-matched-content-ui-type="image_stacked,image_stacked">

공유

퍼머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