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노동력·잠재력 ‘아세안 넘버원’ 금융·국영기업 개혁 성공에 달렸다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거듭날 수 있을까. 베트남 증시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한때 수익률이 마이너스 50%까지 떨어지며 투자자들을 공포 속에 몰아넣었던 베트남 펀드도 날개를 달았다. 올 들어 국내 베트남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7%대로 고공 행진 중이다. 베트남 증시의 반등은 일시적일까, 지속적일까. 한때 ‘포스트 차이나’로 불릴 만큼 역동적이었던 베트남 경제의 현주소를 알아봤다. 베트남 펀드 기존 가입자 및 신규 가입자들을 위한 투자 전략도 다뤘다.
베트남은…
면적: 33만㎢(한반도의 약 1.5배)
수도: 하노이
인구: 9150만 명
민족: 베트남인(86.2%), 화교·크메르인 등 53개 산악 소수민족
종교: 불교(43.5%)·가톨릭(36.6%)
GDP: 1354억 달러
1인당 GDP: 1480 달러
환율(VND·달러): 2만1320
주요 자원: 석탄·석유·망간
2월 27일 베트남 호찌민 거래소의 VN지수는 465.05로 마감됐다.
올 들어 상승률은 약 13%대다. 작년 11월 초 380대에 머무른 것과 비교하면 약 22% 올랐다. VN지수가 오르면서 같은 기간 국내 베트남 펀드 평균 수익률도 연초 대비 약 17% 상승했다. VN지수가 호조를 보이면서 국내 언론에선 베트남 펀드가 마치 ‘황금알’이라도 되는 듯 보도하고 있다.
베트남 증시가 급등한 배경은 ▷정부의 각종 호재성 정책이 발표된 데다 ▷외국인들의 자금 유입이 지속됐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 매체 CNBC는 “베트남 정부가 각종 금융·경제 부문 개혁을 추진해 나갈 것이란 기대에 힘입어 증시가 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베트남 정부의 증시 개선 정책에 대한 기대로 매수 심리가 강화됐고 외국인을 비롯한 시중 유동성이 증시로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마디로 ‘개혁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VN지수를 끌어올린 동력이라는 것이다.
베트남은 최근 몇 년간 위기의 연속이었다. 1986년 도이모이(개혁 개방) 정책을 편 이후 베트남 경제는 정부가 주도한 국영기업의 성장과 함께 고속 성장해 왔지만 1998년 금융 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베트남 정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과 은행 돈을 국영기업에 퍼부었고 그에 따른 재정 적자와 은행 부실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부실화된 대출 중 40%는 국영기업에서 발생했다. 게다가 한때 8%를 넘나들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5.03%로 추락했다.
금융권·국영기업 구조조정 관건
1999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다급해진 베트남 정부는 작년 말부터 국영기업 및 금융권 구조조정과 개방, 부동산 등에 대한 정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이에 따라 베트남 증시가 반짝 상승세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활황세를 이어갈 것인지는 ▷5%대 경제성장률 ▷금융권·국영기업 부실 ▷침체된 경기 ▷정치 부패 ▷잠재 역량 발굴 등의 5대 과제가 해결되는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
베트남 같은 신흥국의 강점은 높은 성장률에서 찾을 수 있다. 적어도 7~10%에 이르는 성장률은 유지해야 해외 자본이 적극 들어오고 경제 활력도 살아난다. 경제 연구 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의 가레스 레더 이코노미스트는 “베트남 같은 신흥국이 연간 8%대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하면 실업자가 급증하는 등 문제가 심각해진다”며 “베트남의 성장률이 5%대로 내려앉으면 본격적인 위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트남의 2007년 성장률은 8.4%였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평균 성장률도 7.6%에 이른다. 하지만 지난해 5.03%까지 떨어졌다. 올해도 국내외 예측 기관들의 전망치는 5.5% 선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보다 소폭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낮은 성장률이 베트남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러나 바닥을 쳤다는 점이 중요하다.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베트남 정치·경제 동향’에서 “내수 부진과 세계 경기 둔화로 2013년 경제성장률이 부진할 것이지만 2014년부터 차츰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베트남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막대한 금융권 부실과 국영기업의 구조조정이 성공해야 한다. 베트남 경제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은행의 부실이다. 베트남 은행이 가진 부실채권은 전체 대출의 10% 정도다. 이는 정부가 발표한 수치이고 국제 신용 평가 기관인 피치는 베트남 은행 부실률이 15%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베트남 의회에 따르면 베트남 은행들은 약 140억 달러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 이는 GDP의 10% 수준이다. 베트남 정부는 유동성을 강화하고 배드뱅크를 운영하는 등 2015년까지 은행 구조조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1년 말 기준 베트남에서 국영 상업은행 5개, 민간 상업은행 35개, 합작 투자은행 4개, 외국계 은행 5개가 운영 중이다. 이 중 자본 확충이 어려운 소규모 민간 상업은행들에 대해 인수·합병(M&A)을 유도할 방침이다.
또 구조조정 대상 은행들에 대해 외국인 지분이 30%를 초과하는 것을 허용하는 규제완화안을 발표했다. 외국인 은행 지분 보유 비율도 무의결권 지분 49% 이상 소유가 가능해졌다. 세계은행도 베트남 정부의 은행권 구조조정을 지원할 의사가 있다고 블룸버그가 지난 1월 보도했다. 세계은행의 베트남 담당관 빅토리아 콰콰는 한 인터뷰에서 세계은행이 베트남 은행권의 자본 재편을 돕기 위해 신규 차관을 제공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은행 부실에 원인을 제공한 것은 국영기업들이다. 은행권 대출의 60% 이상을 국영기업이 가져갔지만 금융 위기 이후 수익성 악화로 차입금 상환에 실패했다. 베트남 정부는 국영기업 구조조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 베트남 중앙은행은 지난해 말 정부가 자산관리공사 설립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국영회사의 지분을 매각하고 부실채권도 처리할 계획이다.
베트남 산업무역부에 따르면 베트남 국영기업은 베트남 경제의 버팀목이다. 국내 총생산의 30%를 담당하고 베트남 전체 산업 가치의 39.5%를 차지한다. 베트남 전체 수출의 절반을 책임지고 12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응웬 떤 중 총리는 1월 중순 열린 정부 관계자와 국영기업 대표자들과의 회담에서 “국영기업들이 비핵심 사업 분야의 자본금을 회수해 부정적인 요소를 최소화할 것”을 지시하는 등 국영기업 구조조정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구조조정은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지분 매각을 촉진하는 등 고강도 개혁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치 부패도 베트남 경제의 취약점
은행권과 국영기업의 개혁과 함께 베트남 경제의 동력인 수출과 외국인 직접 투자가 작은 규모라도 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베트남의 올 1월 수출은 101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동월 대비 43.2% 상승한 수치다. 수입액도 전년 대비 42.3% 늘었지만(99억 달러) 2억 달러의 무역 흑자를 달성했다. 베트남 세관 당국은 “지난 20년 동안 적자에 시달리던 베트남이 지난해 7억8000만 달러의 무역 흑자를 기록했고 이런 영향으로 올해 첫 달부터 무역 흑자를 냈다”고 밝혔다.
베트남의 주력 수출품은 원유·의류·해산물·신발·휴대전화 등이다. 코트라 하노이무역관은 “섬유·의류 등 주요 수출품은 미국의 소비 심리 회복으로 약 1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휴대전화 수출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작년과 비슷한 수준의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인 직접 투자도 지난 1월 전년 동월 1월 대비 5% 증가한 약 4억2000만 달러가 이뤄졌다. 올 들어 미국의 세계적 사모 펀드(PEF) KKR가 베트남 최대 규모 상장기업인 마산그룹 산하 식품 업체 마산컨슈머와 2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지금까지 사모 펀드 업계의 베트남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다. 베트남 계획투자부는 “올해 외국인 직접 투자(FDI) 유치 규모를 130억~140억 달러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중국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으로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공장을 옮기는 다국적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지난해 8월 월스트리트저널은 베트남을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보도했다. 동남아 지역에 투자하는 350개 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동남아 국가들의 투자 매력도가 점차 상승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베트남으로 생산 설비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약 57%를 차지했다.
베트남 경제를 억누르던 물가도 안정세다. 2011년 물가 상승률은 18.7%까지 올랐으나 지난해 9.2%로 하락했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베트남 경제의 취약점 가운데 정치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승승장구하던 ‘베트남식 성장 모델’에 제동이 걸린 원인을 공산당 일당 체제와 국영기업 위주의 압축 성장 과정 중 일부 정치권력의 부패에서 찾는 시각이 적지 않다.
뉴욕타임스는 ‘폐쇄적인 공산당 리더십’과 자본주의 경제의 ‘서투른 결혼’이 베트남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서 권력층의 부패와 특권에 대해 국민들의 분노도 높아지고 있다. 이들의 부패로 국영기업의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공안 당국에 체포된 베트남 최대 상업은행인 아시아상업은행(ACB)의 주주이자 설립자인 베트남 최대 부호 응우옌 득 끼엔은 응웬 떤 중 총리 및 그의 딸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응웬 떤 중 총리는 쯔엉 떤 상 국가주석과 정치적 라이벌 관계다. 이들의 권력 다툼은 베트남 경제의 신뢰도 회복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지난해 말 베트남 의회에서 주석·총리·국회의장·부주석·부총리·장관 등을 포함한 정부 최고 지도부에 대한 신임 투표제를 2013년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또 총리가 외교·국방 등의 핵심 부처에 대한 관할권을 국가주석에게 이양한 것을 계기로 최고지도부의 정치투쟁이 잦아드는 양상이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지난해 12월 이후 부동산 경기 부양책, 정책금리 인하 등 주요 정책들이 잇따라 발표된 것은 정치 갈등이 봉합돼 정책 결정 시스템이 다시 가동됐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윤 연구위원은 “정치 갈등 봉합에 따른 정책 집행력 회복으로 향후 베트남 정부가 추가로 확장 정책을 신속하게 집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정책금리 및 예금금리의 추가 인하, 부동산 부양책 추가 확대, FDI 등의 외자 유인 정책 강화 등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잠재 역량은 아시아에서 최고
주가는 현재 가치에 미래 가치를 더한 것이다. 베트남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이 언급될 정도로 위기를 겪고 있지만 뛰어난 잠재 역량만은 아세안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베트남은 지정학적으로 아세안(6억 명), 중국(13억 명), 인도(12억 명)를 연결하는 경제 허브 역할을 한다.
베트남은 전체 인구의 50%가 30대 미만의 젊은 연령층이다. 1975년 이후 출생자만 6000만 명에 달해 양질의 저임 노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베트남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제국주의 세력에 굴복하지 않은 나라라는 자부심이 높다. 인구도 9100만 명(세계 13위)으로 내수 시장도 크다.
KOTRA에 따르면 단순 생산직 기본급이 150달러 정도(약 16만 원)로 중국의 약 3분의 2 수준이다. 한국·일본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생산 기지를 옮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베트남 경제가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낙관론은 금물이다. 이제 겨우 바닥을 치고 올랐을 뿐이다.
김가현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경기 부양과 구조조정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상승하고 있지만 금융권의 건전성 확보와 부실 국영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베트남은 현재 지독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며 강도 높은 경제 개혁이 추진된다면 이들이 보유한 잠재력은 비로소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기업 베트남 진출 러시
한국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한국을 대표하는 전자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기업은 삼성전자·LG전자·포스코·효성·두산중공업 등 30 00여 개에 육박한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베트남 전체 수출의 20%를 도맡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초 연산 1억5000만 대 규모의 세계 최대 휴대전화 생산 시설인 북부 박닝성 공장에 이어 2번째 생산 기지로 북부 타이응웬 성을 최종 확정했다. 투자 규모는 약 7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또 현재 박닝성에 자리 잡은 기존의 옌퐁공단 생산 공장에도 추가 투자를 단행, 전체 투자 규모를 2020년까지 15억 달러로 확대할 방침이다. LG전자도 2월 말 항구도시 하이퐁에 15억 달러를 투자해 백색가전과 AV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초대형 공장 설립을 추진한다. 한국의 해외 직접 투자 중 베트남 비중은 연평균 5% 수준이고 아세안 국가들 중엔 거의 40%를 차지한다.
한국 기업 관계자들은 “중국 대비 60~70%에 불과한 싼 인건비와 내수 잠재력 등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진출 배경을 밝혔다.
한국경제매거진 : 2013-03-08
- 하이퐁 9,960만 달러 규모 컨벤션 허브 착공 2023-05-06
- 中경제 ‘재채기’ 하면?… 한국, 대만, 베트남 ‘감기 0순위’ 2016-08-07
- 韓·베트남, 하노이서 경제분야 고위급 협의 2014-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