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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베트남-중고라도 한국산이면 “최고”

비나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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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문화·강한 자존심 등 우리와 비슷… 경제성장 연평균 7%… 잠재력 무궁무진

드라마부터 게임·의료까지 한국 사랑, 너도나도 “한국어 배우자”… 학원 즐비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 내렸다. 제복을 입은 공항직원들의 경직된 모습이 사회주의 국가임을 알려준다. 공항을 빠져나오자 거리에는 수많은 차들이 지그재그로 움직이고 오토바이가 질주한다. 현대와 기아, 대우가 생산한 차들이 넘쳐난다. 태연하게 클랙슨을 울리며 역주행을 하는 차들도 부지기수다. 연평균 7% 수준으로 해마다 약진하는 국가의 경제발전 속도처럼 그들의 움직임도 재빠르다. 역주행하는 차량을 마주하더라도 기꺼이 길을 내준다. ‘젊은 나라’의 생동하는 매력일까? 태국처럼 미소를 보여주는 것도, 싱가포르처럼 배려의 태도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묘한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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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한국에서 개봉된 영화 ‘심장이 뛴다’의 베트남 상영을 알리는 옥외 포스터

 

#생활 속에 뿌리내린 한국 사랑

하노이 시내로 오는 동안 한글 상호 ‘금호고속’을 달고 도로를 달리는 버스가 눈에 띈다. 금호고속이 3년 전부터 베트남의 삼코(Samco) 그룹과 합작회사를 차린 금호삼코의 버스이다. 고속버스만이 아니다. 수입하기 전의 한글 상호와 버스 노선도를 붙인 채 거리를 질주하는 승합차와 관광버스도 많다. 중고라고 해도 한국산(韓國産)이라면 최고로 여기는 이곳에서 한글 마크는 성공을 위한 보증수표인지도 모른다. 베트남에서 만난 이들이 국적을 막론하고 ‘베트남은 제2의 한국을 꿈꾸는 국가’라고 말한 이유를 설명하는 사례다.

 

베트남과 한국의 교류 역사는 짧게 거슬러 올라가도 1000년 가까이 된다. 한국의 정선 이씨와 화산 이씨는 현지의 혼란 때문에 각기 1127년과 1226년 고려로 이주한 베트남 호족과 왕자를 시조로 삼고 있다. 베트남은 우리처럼 자존심이 강하다. 오랜 세월 중국 왕조와 싸웠고, 식민지배를 끝내고 통일을 달성하면서 프랑스, 미국과 치른 전쟁에서 승리한 나라다. 한국과도 베트남전쟁에서 좋지 않은 인연으로 만났다. 한류의 대표적인 진앙으로 떠오르기 전까지 베트남은 ‘월남 파병’ 등 주로 우리 현대사의 뒤안길에서 만나게 되는 곳이었다. 역사적인 순한 인연과 악연도 겹쳤지만 베트남은 한국을 좋아한다. 이유는 무엇일까.

 

새 하노이 신문의 아시아 담당인 팜 띵 히엡(33) 기자는 “베트남에서 최근 인기를 끈 ‘데 마이 찐’이라는 베트남 영화가 있는데, 한국어로 번역하면 ‘골치 아픈 일은 내일로 미뤄버려요’로 정도가 된다”며 “베트남 사람들은 자신과 생각이 같으면 쉽게 이해하며, 어제나 내일보다는 오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문화는 중국과 일본 문화에 비해 이해하기 쉽고 패권적이지 않아서 좋다”고 강조했다.

 

20110413002581_0.jpg #대중문화에서 게임, 의료 한류까지

베트남에 한국문화가 본격 소개된 시점은 1990년대 중·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KBS의 ‘느낌’과 SBS의 ‘금잔화’가 1997년과 1998년에 연이어 드라마로 방영되며 베트남에서 한류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한류 드라마들이 중국에 먼저 유입돼 중국어로 번역된 뒤 재수입되는 동남아 여타 지역의 흐름과는 궤를 달리했다. 한류라는 단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1999년 이전에 이미 베트남에서는 한류가 시작될 만큼 역사가 오래됐다.

 

가족애와 사랑, 애국심 고취 등을 주제로 삼은 한국 드라마는 같은 유교권인 베트남에서 받아들이기가 그만큼 쉬웠던 덕분이었다. 베트남의 방송사는 중앙에 VTV1, VTV2, VTV3가 있고, 50개가 넘는 각 지역의 성별로 방송이 있어 그 수가 한국보다도 많다. 마음만 먹으면 지상파 방송만을 통해서도 여러 편의 한국 드라마에 접근할 여건이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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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시내 곳곳에 산재한 한국 화장품과 뷰티숍은 부유층에게 인기가 많다. 

 

드라마 외에도 방송에서는 한국 프로그램을 본뜬 베트남판 장학퀴즈·미녀들의 수다·비타민 등 모방 프로그램이 넘친다. 이처럼 드라마에서 시작된 한류는 음악과 영화 등 대중문화, 미용, 뷰티, 게임을 거쳐 의료 분야로 이어질 조짐이다.

 

베트남의 게임 한류는 아시아의 어느 지역보다도 뜨겁다. 한창완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는 지난해 12월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이 주최한 ‘한류 포럼‘ 세미나에서 “베트남 게임 시장의 50%는 한국 게임이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 정품이 아닌 불법 복제품이 대다수를 차지해 케이팝(K-pop·한국 대중음악)이 인기에 비해 큰 성과를 못 올리는 것에 비해 게임 분야는 다르다. 베트남의 대표적 게임회사인 VTC온라인은 ‘오디션’, ‘크로스 파이어’, ‘피파 온라인 2’ 등의 한국게임을 선보이며 ‘대박’을 터뜨렸다. 개별 게임의 계정은 적게는 수백만 개에서 많게는 1000만개에 이른다. 이 덕분에 VTC온라인은 2010년에만 매출액으로 약 1조 베트남 동(약 519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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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에서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 ‘마이더스’에 관한 베트남 잡지 ‘영화세계’ 최신호 기사.

 

 

#세계적 수준의 한국어 수요

 

한국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베트남에서 한국어 수요는 폭발적이다. 중국과 일본을 제외하고 베트남처럼 한국어 실수요가 많은 곳도 없다. 하노이대와 하노이국립외국어대를 비롯해 호찌민 인문사회대 등 베트남에만 10곳에 이르는 한국어·한국학과가 존재한다. 이들 대학의 교수진은 모두 100명에 이르며 학생들은 2000명이 넘는다. 이들 대학 외에도 파악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사설학원이 즐비하다. 기존 대학 외에도 베트남의 여러 대학에서 한국어과나 한국학과 개원을 준비하고 있다. 베트남 최고의 경제 전문가를 양성한다고 하는 외상대(外商大)만 하더라도 올해 안에 한국어과 정식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금기형 주베트남 한국문화원장이 특강하던 지난 5일, 이 대학에서 만난 재학생 후엔 이랑(21)은 “한국문화를 알고 싶어 공부를 시작했지만 한국어 습득은 취업현장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설명했다. 타이응우엔대와 국민경제대 등도 한국어과 개설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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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형 한국문화원장의 한국문화 강연에 참석한 하노이 외상대학교 학생들의 표정이 밝다.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인 예술문화원의 부이 광 타잉(56) 해외문화연구소 소장과 한국 전문가인 당 티에우 응원(36) ‘영화세계’ 편집장은 “한국이 지속적으로 창조적인 생각을 담은 문화상품을 내놓으면 한류와 한국어에 대한 관심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트남의 한국학·한국어 개설 대학 (2011년 4월 현재)
지역 대학 학과이름 학생 수 개설년도
북부 하노이대 한국어 280 02.09
국립외국어대 한국어 154 96.09
하노이 인문사회대 한국학 108 95.09
중부 다낭외국어대 한국어 169 05.09
후에외국어대 한국어 문화 43 08.09
남부 락홍대 한국학 400 03.09
호치민 외국어정보대 한국학 350 95.09
호치민 인문사회대 한국학 284 94.09
달랏대 한국학 200 04.09
홍방대 한국학 199 99.09

 

그래서인지 베트남은 해외여행자율화 정책이 시행되지 않았지만, 부유층을 중심으로 한국 여행은 인기 테마로 자리 잡고 있다. 2006년 5만명에도 미치지 못했던 베트남 여행객들은 지난해 9만명을 넘겼다. 올 베트남의 한국 여행객이 사상 처음으로 10만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유다. 이런 흐름을 감지한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1일 인도차이나 반도를 교두보로 삼기 위해 정식으로 하노이 지사를 개원했다.

 

임형택 지사장은 “한국의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포함한 고부가가치 관광 콘텐츠를 베트남에 알릴 필요가 있다”며 “고부가가치가 창출되는 미용치료, 성형수술, 건강검진, 한방, 전문시술 등을 통해 의료관광객을 유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일보 :  2011.04.14 (목)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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